교동교당 교도 한 사람이 올린 병풍 글씨를 보시고 말씀하시기를 『글씨에는 명필(名筆)과 능필(能筆)이 있다. 능필은 처음에는 산뜻하고 좋으나 볼수록 더 보고 싶은 생각이 없어지고 명필은 첫 눈에는 과히 신통치 않고 어린애들의 글씨 같으나 볼수록 힘이 들어 있고 법이 눈에 뜨이며 묘미(妙味)가 있는 것이다. 이는 명필은 공을 들인 것이 나타나는 것이며 능필은 사람 눈을 좋게만 하는 기술로 쓰기 때문이다. 이삼만 선생이나 김정희 선생은 명필로 회상을 편 것과 같다. 회상을 펴지 않은 명필은 알아 보지 못한다. 그 분들의 글씨를 보통 사람들은 처음이나 중간에 쓴 것을 더 좋아하는 것은 오랜 적공 끝에 쓴 것은 오히려 어린애 글씨와 같아 몰라 보기 때문이다. 도인(道人)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대도인은 열사람 중 팔구명은 숨기므로 농판 같고 병신 같아 도저히 알아 볼 수 없어서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보통 사람이 대도인을 알아 본다고 아무리 장담해도 두 수만 높이 점(點) 놓으면 다 의심하고 떨어진다. 대도인을 알아 본다고 장담 말라.』 (55. 5.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