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절대종사 말씀하시었다. "큰 도를 구하기 위하여 큰 신성을 바친 사람은 제 몸과 제가 가진 물질과 제 정성을 아끼지 않나니 만일 아낌이 있다면 참 신성은 아닌 것이다. 옛날에 구정(九鼎) 선사는 부유한 가정에 두 부인을 거느리고 살면서 큰 장사를 하는데, 하루는 비단과 백목 수백 필을 말에 싣고 어느 재를 넘다가 쉬고 있었다. 그때 어떤 거지 중 한 사람이 엷은 옷에 떨면서 지나갔다. 구정은 자비심이 일어나서 그 중에서 백목 한 필을 주려 하다가 아까와서 못 주기를 몇 차례 마음 속으로 반복한 후에 큰 힘을 써서 한 필을 떼어 주어 보내고 마음에 쾌활함을 금치 못하였다. 얼마 후 어떤 거지 한 사람이 자기가 스님에게 주었던 그 백목 한 필을 어깨에 걸치고 고개를 넘어왔다. 구정이 이상하여 그 이유를 물은즉 거지가 말하기를 `이 고개 너머에서 젊은 스님 한 분이 나를 보고 네 옷이 내 옷보다 더 급하니 이것 갖다 옷 지어 입으라고 주었다` 한다. 구정이 그 말을 듣고 나니 가슴이 벙벙하고 머리가 무거워서 큰 매를 맞은 듯이 스스로 부끄러웠다. 자기 재산을 전부 계산하면 백목이 수천 필인데 그 중에서 한 필 주는 것도 그렇게 힘이 들고 애가 쓰였거늘 그 스님은 한 필 얻어 가지고 가던 백목을 거지에게 주는데 그렇게 썩은 새끼 떼어 주듯 하니, 그 분이 필시 큰 보물을 갖춘 도인이로구나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끌고 가던 거마와 주단 포목을 모두 재에다 내버려 두고, 맨몸으로 그 스님을 따라가서 예를 올리며 제자되기를 간청하였다. 그 스님이 말하기를 `그대가 지금의 이 마음을 평생토록 계속 하겠다고 생각되면 따라와 보고 만일 중간에 변동이 있게 생겼으면 애당초에 그만 두라`고 하였다. 구정이 평생토록 스님을 따르겠다고 서원하고 스님의 보따리를 받아 짊어지고 해가 질 때까지 굶으며 걸어서 스님의 절로 찾아가 보니, 세상에 없는 빈찰(貧刹)이었다. 양식도 없고 나무도 없을 뿐 아니라 늙은 자기가 자식 같은 그 스님을 시봉하게 되었다. 그 스님은 방에 들어가서 명령하기를 `내가 발을 좀 씻고자 하니 물을 데워 오되 솥이 잘못 걸려 있으니 솥을 먼저 고쳐 걸으라`고 하였다. 몹시 춥고 시장하나 할 수 없이 언 흙을 파서 찬물에 이겨가지고 솥을 고쳐 걸었다. 그런데, 스님이 나와서 보고 `솥이 잘못 걸렸으니 다시 고쳐 걸라` 하며 뜯어 고치게 하기를 밤새도록 아홉 번을 하였다. 스님이 드디어 허락하시고 물을 데어다 발을 씻고 그 솥에다 밥을 지어 오게 하여 먹은 후에야 비로소 구정(九鼎)이라는 법호를 내려주며 시봉을 하라 하였다. 구정은 그런 후로 수십년간을 젊은 스님에게 일체 시봉을 드리면서 스님을 오직 큰 도인으로 알고, 믿고 의지하고 살아갈 뿐이요 별다른 법문 한번 들은 적이 없었다. 그러다가, 젊은 스님이 중병이 들어서 임종이 가까와지는지라 최대의 정성을 바쳐서 간병을 계속하다가, 우연히 한 생각을 얻게 되었다. 스님이 이치를 깨쳐 주시는 것이 아니라 내 스스로 깨쳐 알아야 하는 것임을 확철 대오하였다. 그 후 구정은 모든 사리에 막힘이 없어져서 큰 회상을 펴고 수 많은 제자를 가르쳤다고 한다. 그대들은 그대들의 신심과 정성을 스승에게 아끼고 있지나 않는가 생각하여 보고 구정 선사를 표준삼아 다시 없는 신성을 드리대어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