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절어느 초가을 밤이었다. 방에 모기장을 치지 않고 시자가 모기약을 가져다가 뿜기 시작하였더니, 정산 종사께서
"그만해 두어라."
하시는데 그치지 않고 자꾸 뿜었다.
그때 벽에 걸린 액자나 괘종 시계 뒤에 벌들이 수 없이 의지하고 살았는지 약의 독 기운으로 쏟아져 나와 온 방안을 윙윙거렸다.
누어 계셨던 정산 종사께서는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시며 크게 꾸짖으셨다.
"그만 뿌리라 할 때 그만 뿌릴 일이지, 하나도 죽지 않게 다 살려 내라."
이 때 정산 종사께서는 무척 마음이 아프신 표정이시었다.
시자는 사방 문을 열고 비와 먼지받이로 벌을 쓸어담아 모두 밖으로 내어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