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의 즐거움이 네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심신을 온통 바칠 수 있는 스승을 만난 즐거움이요, 둘째는 법을 남김없이 온통 줄 수 있는 제자를 만난 즐거움이며, 셋째는 마음과 마음을 서로 연하고 생사고락을 같이 할 수 있는 동지를 만난 즐거움이요, 넷째는 마음을 보아서 마음을 마음대로 쓰는 즐거움인 것이니, 오늘 이 종재에 당하시는 은산 교정으로 말씀하자면 당신이 온통 바칠 수 있는 스승님을 뵈온 이래 그 즐거움이 시종 한결 같으셨으며, 이에 따라 교단을 위하시는 정성도 날로 더 하셨던 것입니다.
이와 같이 마음과 마음을 연하고 고락을 같이 할 수 있는 이 동지를 처음 만났을 때의 그 기쁨이 오늘날 갈리게 되는 슬픔으로 변하였으니 이 허전한 심회를 무어라 위로할 수 있겠습니까. 더욱이 정산종법사님께서 「바쁘다! 돌아오는 세상의 요구에 응하기 위해서는 우선 영재(英才) 만명은 길러 놓아야 할 터인데, 이 일이 바쁘다」 하심을 들으신 후, 그 뜻을 받들어 교단의 앞날을 이끌어 나갈 역군들을 육성하기 위한 재원(財源)으로 은산 재단을 이룩하시기에 갖가지 어려움을 극복하시며 시종일관하신 정신의 결정으로 수확을 목전에 두었건마는 직접 보시지 못하고 유명을 달리 하심에 대하여는 섭섭한 감회를 금하지 못하는 바입니다.
대종경에 「세상에 큰 일 세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잘 낳는 것이요, 둘은 잘 사는 일이요, 셋은 잘 죽는 일이라」 하였는 바 첫째, 잘 낳는 것은 고대광실 명문대가에서 낳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오히려 일체생령을 위할 큰 서원을 품고 심신간에 완전하게 태어나야 참으로 잘 낳은 사람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 잘 사는 것은 부귀 영화를 누리고 평생에 호의호식하고 사는 사람이 아니라 몸과 마음과 물질로써 대중을 유익 주고 사는 사람이라야 참으로 잘 사는 사람이라고 할 것이며 셋째, 잘 죽는 사람은 오래도록 상수(上壽)하다가 많은 가족들 속에서 편히 명을 마치는 사람이라고도 하겠으나 한 걸음 더 들어가서는 일생 동안 살아온 결산이 세상에 유익을 준 일이 많으며, 과거를 진심으로 참회하여 옳은 길로 회향(廻向)시키며, 한 생각 서원이 구천에 사무치는 착 없는 청정일념으로 떠난다면 참으로 잘 죽는 사람이라고 할 것이니, 이상 세 가지를 다 갖춘 분이라면 이 분이 바로 쾌남아의 일생 능사를 마친 분이며 부처님의 열반에 들었다 할 것입니다.
오늘 은산교정으로 말씀하자면 선생이 이북에 나셔서 그 동안 하셨던 독립 운동이며, 교단에 바치신 신성이나 열반 직전에 하신 일들로 보아서 진실로 잘 낳아서 잘 살다가 잘 가신 분 중에 한 자리를 차지하셨을 것입니다.
아무쪼록 오늘 이 종재와 더불어 앞으로 무수한 천 은산(千恩山) 만 은산(萬恩山) 무량 은산(無量恩山)이 배출 될 것을 참례하신 일동과 함께 마음속 깊이 염원하며 끝으로 은산 영가에게 한 게(偈)로써 부탁하는 바입니다.
莫逐世間有爲情 但逐無爲法界性
來來後世得作佛 高登大智光如來 <원기43년 8월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