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안 한 이치에 · 제1편 법문(法門)과 일화(逸話) · 1.마음공부 · 88절

88절"옛날 어떤 사람이 배움은 없으나 대가족을 잘 거느리므로 마을 사람들이 그 마을 일을 맡겨 보았더니 무난히 감당하였다. 이 사실이 차츰 알려져 나라에서 그 사람에게 점점 큰 일을 맡겨 보았는데 맡은 일마다 결함이 없었다. 그런데, 한 사람이 말하기를 `그 사람이 다른 일은 다 할 수 있어도 무식하기 때문에 도시 관만큼은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였다. 도시관은 지금의 고시위원장 격이다.

나라에서는 시험삼아 그 사람을 도시관으로 임명하였다. 그 사람이 도시관을 맡아서 과거를 실시하고 응시자들의 답안을 평가해야 하는데 시관들을 한 자리에 불러 앉힌 다음 시관들에게 말하였다.

`여기 답안지 가운데 가장 우수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하나 고르시오.`

이 때 한 시관이 답안지를 들고 말했다.

`이것이 가장 우수하다고 생각됩니다.`

도시관이 말하였다.

`그러면, 그것들을 시관들이 돌아가면서 살펴 보시오.`

그런데, 다른 시관들이 그에 대하여 동감을 하지 않고 다 각각 자기가 고른 것이 제일 우수하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도시관이 말하였다.

`지금 여러 시관들이 고른 것은 특수 답안지이니 한쪽으로 모아 두고 그 다음으로 우수한 답안지를 고르시오.`

한 시관이 하나를 골라 들고 말했다.

`이것이 그 다음은 가겠습니다.`

도시관이 회람을 하라 하니 그 때에는 모든 시관들이 한결같이 수긍하였다.

도시관은 이러한 방법으로 두세 차례 고르게 한 후 여러 시관들에게 말하였다.

`내가 무식하다 하더라도 직책이 도시관이니 최종 결정은 내가 해야 할 것이 아닌가?`

시관들이 모두 대답했다.

`이의 없습니다.`

그 때 도시관은 최종 결정을 내렸다.

`여러분이 처음 골라서 본인만 인증할 뿐 전체의 동의를 못 받은 것은 보류하고, 여러 시관들이 다 함께 우수작이라 하는 것이 1위, 그 다음이 2위, 그 다음이 3위요.`

그러면, 어찌하여 처음에는 각기 고른 것이 제일이라고 하고 다른 시관이 고른 것은 인증해 주지 아니했는가 하면 그것은 일가, 친척등 사정에 집착하였기 때문이고, 다음부터 의견이 일치된 것은 편착을 떠난 공정한 마음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이리하여, 종래에는 부정이 심하였던 과거에 이 마음 공정한 시관이 들어서 큰 혁신을 가져왔다 한다.

이와 같이, 사람이 비록 아는 것이 부족하더라도 마음이 바르고 공정하면 모든 일을 원만하게 처리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