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안 한 이치에 · 제1편 법문(法門)과 일화(逸話) · 2.심은대로거둠 · 54절

54절“사람을 보되 세상 사람이 보는 바와 부처님이 보는 바가 다르니 세상 사람은 인물과 학벌과 지위 등 나타나는 것을 주로 보나 부처님은 진실한 공심과 인내력 등 숨어 있는 용심법을 주로 본다.

옛날 두메에 나이 서른이 넘은 노총각이 하루는 산마루에 앉아 신세 타령을 하고 있는데 마침 한 스님이 지나다가 이 모양을 보고,

‘아무리 못난 사람이라도 이생에 복을 지으면 내생에 잘 살 수 있다.’

는 말을 일러 주었다.

이를 계기로 노총각은 험하고 높은 고갯 마루에 움막을 짓고 샘을 파서 그 고개를 넘어가는 나그네들에게 여름에는 시원한 샘물을 제공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온돌방에서 추위를 피할 수 있게 해주며 또한 짚신을 삼아 보시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어사 박 문수가 이 재를 넘다가 이러한 대접을 받고 노총각에게 물었다.

‘어찌하여 장가도 아니 가고 이와 같이 남을 위하여 좋은 일을 하느냐?’

‘전생에 복을 못 지어 이생에 잘 살지 못하니 내생에나 잘 되고 싶어서 이러고 있습니다.’

‘그러면, 내생에는 무엇이 되고 싶으냐?’

‘내생에는 왕이 되고 싶습니다.’

이에 박 어사는 외람되게 감히 왕이 되려 한다고 야단을 쳤다.

이런 일이 있은 지 몇 해 후에 숙종 임금께서 왕자를 낳으셨는데 이 왕자가 박 어사만 보면 질색을 하므로, 임금께서 괴이히 여겨 필시 무슨 곡절이 있으리라 생각하고 박 어사에게 여러 가지로 물어본 결과 그 내막을 짐작하고 하루는 박 어사와 미리 약속을 하고 왕자의 원(())을 풀어주기 위하여 왕자 앞에서 짐짓 박 어사를 야단하고, 그래도 원이 남아 있을까 보아 나중에 왕자의 스승이 되어 가르치게 하였다 한다.

이와 같이, 사람이 잘 나나 못 나나 진실하고 공심이 있으면 언젠가는 큰 복을 수용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