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절어머님께서 90 상수를 누리고 계실 때였다. 시자에게 말씀하시기를,
"네가 할머님을 가끔 찾아 뵙고 와서 나에게 그 동정을 이야기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 후 시자는 틈 있는 대로 할머님께 다녀와서 보고를 드리곤 하였다. 어느 따스한 봄날 할머님께 가니 방문을 열어 놓고 계시었다.
그런데, 할머님께서 갑자기
`지금이 섣달이지?`
하고 물으시는 격외의 말씀에, 모시고 있던 청운(呂淸雲)사모와 시자는 부지중 웃음이 나오게 되었다. 그리고, 돌아와서 정산 종사께 이러한 말씀을 드렸다. 시자는 정산 종사께서도 웃으실 것으로 생각이 들었는데 심각한 표정으로 물으시었다.
"그 방이 차지 않더냐?"
시자는 그 때 대답할 말씀이 없었을 뿐 아니라 성자의 부모를 받드시는 정곡이 그처럼 간절하심을 알고 모골이 송연함을 느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