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안 한 이치에 · 제1편 법문(法門)과 일화(逸話) · 10.자비행 · 44절

44절5.16 이후 혁명 정부에서 대학 정비를 위한 사무 감사를 실시하게 되어 원광 대학도 감사를 받게 되었다.

그런데, 학장을 비롯하여 상당한 수의 교수와 직원들이 전무출신으로서 무보수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감사원들이 감복을 하고 갔다는 것이다. 그 때 정산 종사께서는 병환이 위중하시어 동산 선원에 계실 때인데 문병차 온 분들이 대학 사무 감사에 대한 이야기를, 위안드리기 위해서 말씀드렸다.

이를 들으시고는,

"참, 잘했다. 꼭 그래야지."

하시며 기뻐하셨다.

그런데, 아무리 반가운 일이라도 한두 차례 들으셔야지 위문하러 온 분들이 차례로 일곱 번째인가를 말씀드려도 그 때마다 처음 들으신 듯 반겨하시었다.

이러한 일을 뵈옵고 있던 한 교무가 사뢰었다.

"편찮으신데 똑같은 말씀을 어찌 그렇게 다 듣고 계십니까? 들었다 하시고 그만 들으십시오."

이에 꾸짖어 말씀하셨다.

"어찌 그다지 속이 없느냐? 그 좋은 이야기라고 힘써 말하는데 내가 들었다고 하면 무슨 기운이 나겠느냐?"

이 하나의 일에서도 몸이 괴로우시다는 생각이나 또 앞에 들은 이야기를 거듭 듣는다는 흔적이 마음에 조금도 없으시었다.